기원전 1200년경 인도양과 태평양의 얕은 바다에 서식하는 개오지 조개껍질이 중국에서 화폐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석기시대 말에 이르러서는 조개껍질의 본을 떠 청동이나 구리로 화폐를 만들어 사용했다. 진정한 의미의 동전이 최초로 탄생한 것이다. 후에 동전들은 납작하게 만들어졌고, 시간이 흐르면서 중국에서는 가운데에 구멍을 뚫어 기다란 줄에 엮어 가지고 다녔다.
중국 이외의 지역에는 황제의 인장을 찍은 은 조각이 동전으로 사용됐다. 이 기술은 지금의 터키 지역에서 개발되어 그리스 인, 페르시아 인, 마케도니아 인, 그리고 후에 로마 인들에 의해 빠른 속도로 확산하였다. 단순한 금속이 사용되었던 중국과는 달리, 다른 지역에서는 금, 은, 동으로 동전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세계 최초의 지폐는 가죽으로, 가로세로 30센티미터의 정사각형 하얀 사슴 가죽 가장자리에 밝은색 물을 들여 사용했다. 800년경 중국에서 종이 화폐가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것은 500년 동안 계속 유통되다가 인플레이션 때문에 사용이 중단되고 말았다. 화폐를 더 찍어 내고 싶은 유혹이 너무 강했던 것이다. 특히 전쟁을 시작하면서 자금이 필요할 때면 그 유혹이 더 강했다. 얼마 가지 않아 지폐의 가치는 다른 물건들의 가치와 거의 상관이 없어졌고, 중국은 은에 기초한 경제로 회귀했다.
1816년 영국에서는 화폐를 금의 가치에 연동시켰다. 이미 수백 년 동안 지폐가 사용되어 왔지만, 그때부터 화폐의 가치를 금에 직접적으로 연계시킨 것이다. 미국에서는 화폐가 일정량의 금은 가치와 연계되어 유통되는 제도인 금본위 법이 1900년에 통과되어 연방준비제도로 이어졌다. 정부에 돈을 가지고 가면 고정된 교환율이 적용되어 그 금액에 해당하는 가치만큼의 금을 받을 수 있었다.
1945년 브레턴우즈 체제가 확립됐다. 브레턴우즈 체제란 제2차 세계대전 등부터 미국이나 영국 등에서는 1930년대의 경제적 혼란이 세계대전 발발에 이어졌다는 반성 아래 전후의 국제경제의 질서를 통화, 무역 양 측면에서 지지하고자 하는 체제 구축이 진행되었다. 그 하나의 성과로서 1944년 7월 연합국 44개의 대표가 모여 국제통화기금(IMF)을 설립할 것을 결정하였다. IMF를 중심으로 한 전후의 국제통화제도를 IMF 협정이 체결된 장소에 기인하여 브레턴우즈체제라고 한다.
미국 뉴햄프셔 주의 작은도시 브레턴우즈에 모여 이 체제를 동참했고, 자국의 통화를 일정한 환율로 달러에 연동시키는 데 동의했다. 각국의 통화가치가 보장되어 연제든지 달러와 교환할 수 있고, 달러는 또 언제든지 금과 교환할 수 있었다. 금은 녹슬지 않는다. 금은 영원하다. 역사상 지구에서 찾아낸 금을 모두 모아도 부피가 4.5세제곱킬로미터밖에 안된다. 희귀한 것은 가치가 있다.
그러다가 1971년 브레턴우즈 체제가 폐기됐고, 이제 지폐는 지갑 안에 있는 종잇조각에 불과하다. 화폐의 가치는 이제 다른 물건의 가치가 정해지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결정된다. 사람들이 더 많이 원할수록 가치가 올라가는 방식이다.
우리가 돈을 원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돈을 원하기 때문이다. 모두 원하는 것이 같기 때문에 돈으로 재화와 서비스를 얻을 수 있다. 돈이 가치 있는 거라고 믿는 한 모두가 돈을 벌기 위해 계속 일할 것이다. 이렇게 체제가 돌아가게 된다.
사람들에게 달러화, 유로화, 파운드화를 신뢰할 수 있다는 확신을 주는 일이 현대 중앙은행들의 임무다. 그들은 금고에 금을 실제로 얼마나 보관하고 있는지보다 신뢰도, 평판, 합법성에 더 신경을 쓴다. 우리가 신뢰를 잃는 순간 경제는 풍비박산이 나고 만다.
돈은 사회적 산물이다. 종교에서와 같이, 금융시장에도 같은 말이 적용된다.
금융계의 혁신은 항상 시간과 돈 사이의 관계를 다양하게 변화시키고 이용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져 왔다. 사실 수백 년 동안 사람들이 금융에 회의적이었던 것도 바로 금융이 시간을 가지고 장난친다는 점 때문이었다. 시간은 신에게 속한 것이고 신만이 관장 할 수 있는 영역이다. 성경에서는 이자를 받고 돈을 빌려주는 고리 대금업을 '시간을 파는 행위'라고 봤다. 고리대금업자는 돈을 빌려줌으로써 그 사람이 내년이 되기 전에는 살 수 없을 물건을 오늘 살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빌린 돈에 대한 이자는 대출을 받은 시점과 내년 사이에 지나는 시가 값이다. 시간에 값을 매기는 행위는 신성 모독으로 받아들여졌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빌린 돈에 이자를 물리는 것은 ' 돈 자체에서 이익을 거두는 것'이기 때문에 자연스럽지 않다고 말했다. 돈과 돈의 결함으로 얻은 깨끗하지 않은 돈, 비합법적인 돈, 돈이 돈을 낳는 현상은 변태같이 여겨졌다.
이 관점이 처음으로 바뀐 것은 장 칼뱅의 종교개혁으로 개신교가 등장했을 때였다. 왜 시골에 땅을 소유해서 돈은 버는 건 되고, 기업이나 가게를 성장시켜 돈을 버는 건 안 되는가? 상인은 스스로 노력해서 이윤을 얻었으니 이를 갖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그 이윤을 더 키우면 안 될 이유가 있는가? 칼뱅은 이렇게 질문하며 빠르게 성장하는 도시 중산층에 개신교 신앙을 적용하고자 노력했다.
고리대금업, 이자, 이윤은 더 이상 신학적으로 문제 되지 않았다. 이렇게 새로 도래한 시대에 기독교와 자본주의는 함께 가는 사이가 되었다.
금융 상품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경제적 위험 관리를 목적으로 한다. 위험을 감수할 수 없는 사람들의 손에 있는 기회를 그럴 능력이 있는 사람들에게 이전한다. 금융시장은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는 이익을 낼 수 없다는 의미에서 역설적이다. 그러나 너무 많은 사람들이 많은 위험을 감수하게 되면 시장이 무너진다. 예전에는 채무자가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면 은행이 그 부담을 떠안았지만 지금을 완전히 뒤집혔다. 은행들은 누구에게 대출해 주는지에 점점 더 신경을 쓰지 않게 되었다. 대출 자산을 다른 곳에 팔아 넘기면 되기 때문이다. 은행이 돈을 더 많이 빌려줄수록 팔 수 있는 대출자산은 더 많아졌고 돈도 더 많이 벌게 되었다. 이런 금융상품을 평가하는 신용 평가사들은 위험성을 알아차려야 했지만 그들은 보수를 은행에서 받았다. 더군다나 신용 평가사들도 시장에 나와 있는 기업에 불과하기 때문에 신용평가사에서 매긴 등급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평가사로 교체하면 그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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