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선택을 잘했는지 못했는지 판단하는 기준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될 수 있다.
효율성과 형평성이 그것이다.
어떤 선택이 합리적이었다고 말하려면 전보다 높은 효율성을 이전보다 공정한 상태를 이루는 데 기여한 경우여야 한다. 경제학에서 제시하는 여러 이론은 효율성과 형평성을 달성하기 위한 좀 더 구체적인 방법들이다.
경제학은 경제 주체들이 효율성을 얼마나 달성했는지, 어떻게 이루어야 하는지 판단하기 위한 유용한 방법들을 제공한다. 여기서 효율성이란 주어진 자원을 가지고 최대의 효과를 얻어내는 것과 같은 효과를 거두기 위해 가장 적은 비용을 투입하는 것으로 구분된다.
반면 형평성은 효율성에 비해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 무엇을 균형이 맞은 상태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과 함께 형평성 달성 여부를 측정하기 어렵다. 사람은 누구나 다른 상황에 마주하게 된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사람도 있고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사람도 있다. 이러한 차이를 무시하는 것이 형평성인지, 개인의 다른 상황을 어디까지 인정하는 것이 형평성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다. 어떤 기준을 어떻게까지 측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은 계속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경제학은 형평성을 달성하기 위해 세부적인 방법론을 아직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형평성이 효율성에 비해 중요도가 떨어진다고 볼 수는 없다. 특정 사안에 따라 경제학자마다 경중이 달라질 수 있지만, 경제적 의사결정을 할 때 형평성과 효율성을 함께 생각해야 한다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다. 이러한 것은 효율성만을 추구할 경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일찍부터 확인했기 때문에다.
일반적으로 경제에 효율성을 부과하는 환경으로는 경쟁이 있다. 경제에 효율성을 가져다주는 경쟁을 통해 승자가 나오면 그 후에 승자는 경쟁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얼마나 큰 노력을 해야 하는지 잘 알기 때문이다. 이에 경쟁에서 승리한 사람은 경쟁을 피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을 생각하게 되는데, 그 예로 과점시장에서 목격되는 담합이다. 이렇게 되면 경쟁에서 승리하지 못한 많은 사람이 성과를 위해 더 큰 노력을 들이거나 성과를 보이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시장이 소수에 의해 장악된 상태라면 신생기업이 혁신적 기술이나 제품을 고안해 내도 이를 소비자에게 효율적으로 제공하기는 어렵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될수록 중소기업이나 신생기업들은 경제 성장에 일조하기는 어렵다. 형평성이 무시된 상황이 벌어지면 사람들이 노력을 등한시하게 되어 경제적으로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물론 지나치게 형평성만 강조한다면 사람들에게 경제적 유인이 돌아가지 않아 경제가 성장하지 못한다. 이는 종종 목격하게 된다. 열심히 하지 않아도 주변인들이 노력한 성과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무임승차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보장제도가 완벽하게 구축되었던 북유럽의 경우 복지로 인해 사람들이 일하지 않으려 했고, 이는 한동안 경제 성장에 걸림돌이 되었다.
따라서 경제학자들은 합리적 선택을 위해 효율성과 형평성 모두를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있으며, 우리 역시 일상에서 또는 직장 내에서 효율성과 형평성을 달성하기 위한 행위들을 해오고 있다.
동일한 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경제 주체마다 추구하는 가치 판단의 내용이 다르므로 항상 서로 다른 결론을 낳게 된다.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경제 문제 대부분은 효율성과 형평성 사이에서 선택을 요구한다. 효율성을 위해 형평성을 포기하거나, 형평성 때문에 효율성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수두룩하다. 더구나 효율성과 형평성을 두 가지 측면 중 어느 하나도 포기할 수 없는 중요한 조건이기 때문에 결론에 이를 수 없는 문제들이 대부분이다.
직접적 경쟁 관계인 회사들이 바로 옆에 붙어있는 모습을 우리는 쉽게 본다. 실제로 특정 산업을 대표하는 경쟁사들이 특정 지역에 모여 있는 경우가 많다. 영화 제작 업체가 몰려 있는 곳은 국내로는 충무로가, 해외에서는 할리우드가 있다. 소프트웨어 회사라면 해외에서는 실리콘밸리를, 국내에서는 판교를 쉽게 떠올린다. 이들이 굳이 경쟁자 옆에서 장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제학에서는 이처럼 비슷한 가게들이 함께 모여 있는 이유를 집적의 경제로 설명한다. 집적의 경제란 기업이나 가게들이 서로 가까운 거리에 자리 잡을 경우 얻게 되는 이익을 말한다. 집적의 경제로 인한 이익은 회사뿐만 아니라 소비자 경쟁회사에도 적지 않은 혜택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이렇게 유사 업종이 서로 가까이 인접해 있으면 얻게 되는 경제적 이득은 무엇일까?
먼저 회사의 입장에서는 생산비용의 절감을 가장 큰 이유로 들 수 있을 것이다. 하나의 완성품을 만들기 위해선 수많은 부품과 소재가 필요하고 이를 얼마나 쉽게 조달할 수 있느냐가 기업 입지를 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 기업들이 모여 있으면 부품과 소재들을 쉽게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게 된다.
근로자들에게 해당하는 이익은 특정 산업 분야가 집적된 곳에서 근무할 경우 이직이 쉽다. 집적된 장소에서 신규 일자리를 찾기가 쉽고, 근로자는 이직에 대한 정보와 기회를 보다 많이 갖게 된다.
또한 비슷한 업종이 모여 있을 때 이득을 보는 경제 주체 중 하나는 고객이다. 유사 업종이 몰려 발품을 많이 팔지 않아도 편하게 여러 상품 비교가 가능하다.
이를 통해 경쟁사 바로 옆에 회사를 차리는 사람들이 결코 어리석은 게 아니라 다양한 경제적 효율성을 고려한 것이었음을 알 수 있다.
'경제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쟁시장의 효율성 (0) | 2024.01.20 |
---|---|
경제발전의 방법을 국부론에서 찾다. (0) | 2024.01.19 |
상업자본주의의 발전과 시장경제의 확립 (1) | 2024.01.16 |
애덤 스미스의 생애 (0) | 2024.01.16 |
정치적 자유주의와 경제적 자유주의 (0) | 2024.01.15 |